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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죽음의 끝

삶의 고통 속에서

Cubic72 2019. 1. 19. 23:06

원문: http://www.scp-wiki.net/in-the-clutches-of-life

작가: Captain Kirby




한 여성이 병원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제 아버지의 가슴팍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심박 모니터가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삑삑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마지막 방문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상대방이 의식이 없는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지난 스물세 번의 방문 동안 했던 것과 똑같이 소개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분명했다. 아마 이렇게 되리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전에 만난 적이 있나요?"


"네, 저는, 어…전 당신의 딸이에요."


"그럴 리가요, 전 아들만 둘 인걸요!"


한 박자 쉬고.


"뭐, 네 아들이 둘이긴 하세요. 그치만 저도 가지신걸요."


"아들들은 어딨죠?"


"에릭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느라 오지 못했어요. 그리고 어…뭐 토니는 세상을 떠났어요. 그치만 전 아직 여기 있는걸요."


"에릭이랑 토니요? 제 아들들 이름은 앤드류랑 조셉이었던 거 같은데."


"아뇨, 그게— 신경 쓰지 마세요."


"혹시 간호사 좀 불러주실 수 있나요? 침대 좀 조정해야 할 거 같은데."


"알았어요, 아빠."


일어나서 나간다.


"잠깐만요, 이름이 뭐라 그랬죠?"


"조이스요. 절 조이스라 이름 붙이셨죠."


그리곤 간호사를 부른다. 조이스는 올 때마다 그렇게 행동하였다. 이번을 빼곤 말이다. 지난 스물세 번의 방문마다, 조이스는 가슴팍에서 뭔가 따끔거리는 걸 느끼며, 아버지가 그냥 다시 꿈속으로 되돌아가길 바랐다. 하지만 이제 조이스는 그 소원을 이루었고, 스물넷이 스물셋보다 훨씬 더 나은 숫자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기회를 놓칠 거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열 명의 훈련받은 군인들이 부둣가에 있는 먼지 쌓인 창고에 다다랐다. 바위 투성이 해안가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기동특무부대 요타-10의 소리를 지워주었다. 부대는 뒷문 옆에 한 줄로 섰다.


에릭 마이클스Eric Michaels 대위가 두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폈다. 지시였다. 셋.


그는 엄지손가락을 접어, 두 손가락을 남겨두었다. 둘.


하나.


마이클스가 문을 걷어찼고 마르케즈Marquez가 섬광탄을 던져넣었다. 부대는 섬광탄이 터질 때까지 귀를 막고 문에서 몸을 돌렸다가 —펑!— 그 뒤에 진입했다. 총이 뽑혔다. 총알이 빗발쳤다.


경비원 몇 명이 땅바닥에 몸을 던졌다. 다른 이들은 마셜, 카터 & 다크 브랜드가 인쇄된 상자 뒤로 몸을 숨겼다. 나머지는 가슴팍에 납덩이가 박혔다.




조이스는 노래를 끝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공손히 문가에 몸을 기대고 서 있는 간호사를 보았다. 간호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거기 서 있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몇 분간일 수도 있고, 몇 시간 동안이었을 수도 있다.


"시간이 되었어요."


"네, 저도 알아요." 조이스가 대답하였다. 그는 다시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아버지는 마치 어린아이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곰 인형을 꼭 안듯이, 베게 하나를 끌어안고 계셨다.


"좋아. 가봐야지." 조이스가 자기 자신에게 말하였다.


"끝나면 말씀드릴게요." 간호사가 거의 방을 뛰쳐나가시피 한 조이스의 뒤에다 대고 말하였다. 조이스는 울지 않으려 했으나, 몸이 떨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몸을 앞뒤로 흔들며, 진정하려 했다. 직장에서는 더한 짓도 해봤다. 인명이 사라진 적도 많았다. 젠장, 가족 전체를 이미 잃었었다. 그렇지만, 섬뜩하고 끔찍한 생물에 의해 찢겨나가거나 밈적 재해에 목숨을 잃는 쪽이 훨씬 현실감이 덜하기는 하다.


"왜 이번에는 이토록…" 현실 같을까? 구체적일까? 뚜렷할까? 진짜 같을까?




마이클스는 지게차 뒤에서 튀어나와서는 건너편에 있는 남자에게 몇 발을 박아넣었다. MC&D가 지난 급습 이후로 경비를 두 배로 늘렸음이 분명했다. 그는 이미 총알이 다 떨어졌고, 다른 부대원들도 그러고들 있었다. 빠르게 훑어보니 열 두 명 정도가 남아있는 듯 했다. 마이클스는 옆에 있던 이등병에게로 돌아섰다.


"터너Turner, 엄호해주게."


"어디로 가시려는 건가요 대위님?"


"저기 상자 보이나?"


"네?"


"여기 적화물의 얼마 정도가 무기를 주문한 것에 걸 텐가?"


터너는 말하고자 입을 열었으나, 마이클스는 터너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닫았다.


"시험 삼아 한 질문일세. 내게 확률은 말하지 말게나."


"어서 가기나 하십쇼 솔로 씨."


마이클스는 미소 짓고는 터너가 다시 한번 총알을 쏟아붓는 동안 제 상품을 향해 달려나갔다. 강렬한 통증이 마이클스의 다리를 내달렸다. 종아리를 깔끔하게 뚫고 나가는 한 발이었다. 마이클스는 아드레날린 덕분에 상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택티컬 나이프로 끈을 끊은 뒤, 자물쇠를 총으로 쏘아 끊었다. 상자 한쪽 벽이 알아서 넘어갔다. 마이클스의 미소가 조금 더 커졌다.




"그래서 괜찮아?" 조이스는 고개를 들어 니클로Niklo를 보았다. "미안, 안에 들어와서 네가 어떤지 보는 게 가치 있는 일일 거라 생각했어. 게다가 차 안도 답답해서 말이지."


니클로는 조이스 옆에 앉았다. 그는 조이스가 볼일이 끝나면 차로 바래다주기로 자원했었다. 혼자서 운전하기에는 제정신이 아닐 것이 분명했기에.


"이름이 있다는 것도 도움이 돼. 숫자가 아니고." 니클로가 계속했다.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아."


"미안, 그냥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냥 좀, 조용히 해주면 안 될까? 응?"


"알았어, 미안."


조이스는 니클로가 바라보고 있는 동안 다시 몸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다시 헤드폰을 썼지만, 음악은 틀지 않았다. 그냥 귓가에 압력을 주어 일종의 고립된 느낌을 받고자, 사람들로 가득 찬 방 안에 혼자 있는듯한 환상 속에 있고자 했다.


"꼭 여기 있어야겠어? 우리 그냥—"


"좀 닥치라고! 네가 네 아버지 생명 유지 장치를 꺼야 하는 게 아니잖아! 그니까 그냥 좀 닥쳐!" 대기실이 침묵에 휩싸였다. 조이스는 얼굴이 새하얗게 된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을 때쯤, 간호사가 나타났다. 그 또한 얼굴이 새하얬다.


"어…마이클스 부인?"


"네?"


"담당 선생님이, 음, 뭔가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하시네요."




마이클스는 네 개의 장치 중 하나를 집었다. 장치의 관, 전선과 비닐 포장을 벗겨낸 뒤에야 실제 내용물을 손에 들 수 있었다. 마이클스는 이제 막 훈련 때 머릿속에 퍼부어진 모든 규칙을 깨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상자 뒤에서 나와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반동도, 소음도 뭣도 없었다. 그저 마이클스가 겨냥한 경비원에게 커다란 구멍만이 생겨났을 뿐.


이제, 계속해보실까.


마이클스는 또 한 방을 쏘기 위해 조준했다. 관 하나에 총알이 걸렸다. 마이클스는 비명 지르기 시작하며 바닥에 쓰러져서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몸 한쪽을 필사적으로 부여잡았다.




조이스는 병실을 향해 뛰어갔다. 그는 문을 열어젖혔다.


기다린 경고음 하나만이 귓속에서 울렸다. 심박 모니터의 그래프가 수평선을 그리고 있었다.


조이스의 아버지가 병실 침대에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일어난 것이었다.


"누구시죠?"




총격전은 멎었으나, 마이클스의 비명은 여전히 건물 전역에서 들을 수 있었다. 피를 전부 잃었음에도 그는 비명 질렀다. 한때 허파가 있던 위치에 구멍만이 남았으나, 그는 비명 질렀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세계가 흐릿하게 느껴졌으나, 여전히 아팠다. 너무나도 아팠다.


그리고 당최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부대원들이 마이클스를 데리고 갈 때, 다른 이들의 비명과 신음이 창고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가슴팍에, 머리에, 팔에, 다리에, 허파에, 심장에, 발에, 눈에 납탄이 박힌 이들이었다. 그들은 삶의 고통 속에서 온몸을 비틀었다.




바로 그날

사신은 제 낫을 내려놓고

제 장막을 돌려놓은 뒤

모두에게 작별을 고하곤

조용히 은퇴하였다




허브 | SCP-3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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