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ical World
what if? #1: 상대론적 야구 본문
상대론적 야구(Relativistic Baseball)
광속의 90%로 던진 야구공을 치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 엘렌 맥매니스
일단 어떻게 공을 그토록 빠르게 던질지에 대한 질문은 제쳐둡시다. 그냥 평소처럼 던진 것인데, 투수가 공을 놓자마자 마법처럼 0.9c로 가속되었다고 하죠. 그 시점 이후로는 모든 것이 일반적인 물리법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난다"가 될겁니다. 게다가 전부 아주 빠르게 일어나고, 타자(혹은 투수)에게는 결코 좋은 끝이 오지 않습니다. 전 물리학 책 몇 권과 놀런 라이언 액션 피규어, 핵폭발 실험 영상 몇 개를 가지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이후 일어나는 일에 대한 묘사는 제가 나노초 단위로 한 최고의 추측입니다.
공은 너무 빠르게 날아가므로 다른 모든 것들은 사실상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공기 중의 분자들 마저도 정지해있는 것 같죠. 공기 분자는 시속 몇백 마일로 진동하지만, 이 공은 그 사이를 시속 600만 마일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공에겐 공기 분자가 그냥 얼어붙은 상태로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소리죠.
공기역학은 여기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보통 공기는 움직이는 물체 주변으로 흐를 것입니다. 하지만 공의 앞에 존재하는 공기 분자는 밀려날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공이 분자를 아주 세게 때려 공기 분자의 원자가 공 표면에 존재하는 원자와 융합할 것입니다. 각각의 충돌에서 급격한 감마선과 산발적으로 입자가 뿌려질 것입니다.
이 감마선과 파편은 투수석을 중심으로 하여 바깥쪽으로 퍼져나갈 겁니다. 공기 중의 분자를 분해하고, 원자핵으로부터 전자를 분리시키며 경기장 내부의 공기를 확장하는 백열성 플라즈마 방울로 바꿉니다. 이 방울의 벽은 공보다 살짝 앞서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타자와 만납니다.
공의 앞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융합은 공이 엔진에 점화한 상태로 꼬리를 앞으로 하고 날아가는 로켓마냥 공을 뒤로 밀어내며, 속도를 줄입니다. 불행하게도, 공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에, 이 지속적인 열핵 폭발의 가공할만한 힘으로도 거의 속도를 줄이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공의 표면을 좀먹어가며 사방으로 미립자 파편을 뿌립니다. 이 파편은 속도가 매우 빨라, 공기 분자와 충돌하면 두 세번의 융합을 더 일으킵니다.
약 70 나노초가 지나면 공은 본루에 도착합니다. 투수가 공을 놓는 장면의 정보를 가진 빛은 공과 거의 동시에 도착하기에, 아직 타자는 그 광경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공기와의 충돌로 공은 거의 분해되었고, 이젠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며 더 많은 융합을 일으키는, 총알 모양의 확장되는 플라즈마(주로 탄소, 산소, 수소와 질소) 구름이 되었습니다. X선 껍질이 타자를 먼저 때리고, 몇 나노초 후에 파편 구름이 타자를 떄립니다.
타자에 도달했을 때, 구름의 중심은 아직도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야구방망이를 먼저 때리고, 그 뒤에 타자, 본루와 포수가 분해되는 동안 퍼올려서는 뒤쪽으로 보내버립니다. X선과 과열된 플라즈마 껍질이 팽창하면서, 포수석, 양쪽 팀, 관중석과 인근 지역을 전부 집어삼킵니다. 이 모든게 1 마이크로초에 일어납니다.
이 광경을 도시 바깥의 언덕 꼭대기에서 보고 있다고 합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태양보다 밝은 것 같은,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신 빛일겁니다. 이 빛은 몇 초 안에 서서히 가라앉고, 화염구가 버섯구름을 형성합니다. 그리고는, 엄청난 폭음이 들리며, 폭발파가 도달하며 나무와 집을 산산조각냅니다.
공원에서 약 1마일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도시는 완전히 화염폭풍에 휩싸일 것입니다. 야구장이 있던 곳은 이제 커다란 구덩이가 되어있습니다. 그 중심은 원래 포수석이 있던 곳으로부터 몇 백 피트 뒤에 있겠죠.
공식 메이저 리그 야구 규칙 6.08(b)를 살펴보니 이러한 경우, 타자가 "몸에 맞는 볼"을 따낸 것으로 처리되어, 1루 출루할 수 있습니다.